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세상 속에서 이제 마스크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다. 황사를 피하기 위해, 감기 전염을 막기 위해 착용하던 마스크가 이제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된 것이다. 폭증하는 마스크 수요로 한때 마스크 대란이 발생해 전 국민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러한 코로나19 사태로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사업 기회 속에서 오히려 가격 동결을 선언한 착한 기업이 있다. 바로 “단 1원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스크 전문 제조기업 웰킵스다. 코로나 확산 저지의 숨은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웰킵스의 박종한 대표를 지난 10월 29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웰킵스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국민 안전과 건강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고객 신뢰와 진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넘버원 헬스케어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올해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가격 인상 없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웰킵스 제품을 찾는 고객도 더욱 늘었는데요.
지금은 국가적인 재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이나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폭리를 취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착한 기업은 못 되더라도 나쁜 기업이 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약속’에서 비롯됐는데 바로 거래처와의 약속, 구성원들과의 약속, 고객과의 약속이었습니다. 그것을 지키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에서도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필터 등 마스크 제조에 필요한 원부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익이 많이 감소하긴 했지만 지금도 후회하진 않습니다. 수백억 원의 추가 수익은 포기했지만 그 이상의 가치인 고객의 마음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웰킵스를 믿고 신뢰해 주시는 고객을 만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5000만 국민은 고통을 받았지만 솔직히 150여 개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돈벼락을 맞은 것과 다름없어요. 일부 마스크 제조업체는 돈 폭탄까지 기대하고 있는데 폭탄은 터지면 죽습니다.
저는 마스크 대란 초기부터 지금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100% 공적 수급을 하는 것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어요. 때문에 일각에서는 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일부 업체들이 자유롭게 팔 수 있는 물량으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을 보게 되면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도 공적 물량 80%를 제외하고 나머지 20% 물량에 대해 유통 채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는 등 유혹을 받기도 했어요. MB 필터 생산업체들 역시 저희와 마찬가지 상황이고요. 그러니 정부가 마스크, MB 필터를 100% 공적 수급해서 제조업체들이 유혹에 빠지지 않게 틈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 최근 정부에서 공적 마스크를 700원에 구입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현재 업계 상황은 어떻습니까.
원래 대한민국에서 생산하는 의약외품 마스크는 2018년 기준으로 총 1억 5000만 개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5억 개 정도로 확대됐습니다. 웰킵스는 이 중 약 1억 2000만 개를 생산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 보면 현재 마스크 제조를 허가받은 업체 수가 10배가량 증가했고 생산 여력은 50배나 증가했습니다. 마스크가 호황이다 보니 기존 업체는 생산량을 늘리고 신규 업체들도 시장에 대거 뛰어든 것이죠.
현재 상태로는 어떠한 마스크 대란이 오더라도 수요의 50배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여력이 있습니다. 이미 국내에는 최소 10억 장 이상의 마스크 재고가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진짜 옥석이 가려져야 하는 시점이에요.
- 마스크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요, 수출을 통해 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구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환자’ 혹은 ‘강도’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일반인들은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죠. 대한민국은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일정 기간 동안에는 마스크를 쓰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긴 했지만 그때도 마스크 착용률은 5% 남짓에 불과했어요.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이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보편화된 것은 사실이나 수출을 통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글로벌 넘버원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제조업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중요한데 베트남이나 중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같은 나라들을 이기기가 쉽지 않아요. 결국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겁니다.
- 창업 시 지금의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마스크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원래 유한킴벌리에서 B2B 사업 부문을 담당하다 나와서 유한킴벌리 B2B 사업의 10% 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큰 대리점을 20여 년 정도 운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품이라든지 원가 구조에 대해 훤히 알고 있었고 당시 구매 대행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유통 시장도 크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조업을 해야겠다’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2008년부터 방진 마스크 제작을 시작으로 제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3M의 방진 마스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저는 우리 기술로도 충분히 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다만 사업 초기에는 보건용 마스크 규정이 없어 산업용 방진 마스크를 제조해 유한킴벌리에 납품했습니다.
대리점에서 영업을 하다 제조업을 하니 또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더군요. 제조업은 리스크는 크지만 성취감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문제가 풀리는 것, 물건이 완성되어 가는 것, 그러한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는 것을 다 느낄 수 있어요.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제조업을 포기하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런 점에서 좀 안타깝습니다. 사업에는 돈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 고객만족 단계로 보면 웰킵스는 고객이 기업을 옹호하는 최종 단계까지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아르바이트생 논란을 겪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는데요.
상황을 파악해 보니 19살 여학생이 수능 시험을 보고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시중에서는 구하기 힘들던 마스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니 좋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이미 회사에서 찍은 동영상이 100개가 넘더라고요. 벌어지면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인 만큼 엄중 조치했고 거기서 생산된 제품은 전량 폐기 처분했습니다.
기존에 하루 20만 장을 생산하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100만 장 넘게 생산하게 되면서 급하게 시설을 확충하고 추가 인력을 투입해 작업 시간을 늘리다 보니 관리가 소홀했던 것 같아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바로 사태를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 정규직 직원 수도 대폭 늘리고 위생관리 매뉴얼도 강화했습니다.
고객 분들이 지적해 주신 맨손 문제 역시 저희는 글러브에 의한 2차 감염을 우려해 소독을 철저히 한 후 맨손으로 작업했는데 소비자의 눈높이와 맞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현재는 글러브를 끼고 소독도 하면서 철저히 위생적인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객과의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고 웰킵스의 전 직원들에게도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 소비자들 사이에 ‘우리 아이 마스크는 웰킵스’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초소형 마스크처럼 다양한 라인업에 품질까지 인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6년부터 업계 1위였기 때문에 당연히 소형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공적 물량을 제공할 때에도 소형, 초소형을 넣겠다고 했다가 물량을 안 맞췄다고 검찰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어요.
많은 소비자들께서 ‘마스크계의 삼성’, ‘마스크계의 에르메스’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감히 자랑하자면 저희 마스크는 품질면에서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원재료는 최상급으로만 씁니다. 외피도 도레이첨단소재 제품만 사용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 분들께서도 품질에 대해 만족하실 수 있었고 결국 신뢰의 결과가 여론으로 형성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사실 마스크를 쓸 때마다 죄짓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만큼 환경오염이 되니까요. 그런데 웰킵스에서 친환경 마스크를 제작하신다고요.
사실 마스크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필터의 효율과 냄새에 대한 이염 문제인데요, 먼저 필터가 공기 중에 노출된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효율이 감소합니다. 그런데 마스크는 의약외품이라 수거 검사를 하거든요. 유통기한 3년 중에 94% 이상 방어하는 게 기준인데 수거 검사를 해서 93.99%만 나와도 불합격을 받아요. 그러면 식약처로부터 제조 정지나 판매 정지를 받게 되고요. 그래서 필름을 겹겹이 해서 밀봉 포장을 하는 겁니다.
또 다른 문제가 냄새에 대한 이염 문제입니다. 마스크를 꺼내 놓고 김치찌개를 끓이면 당연히 냄새가 나는 것인데도 고객들 중에는 컴플레인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완제품 상태에서 냄새가 밸 수 있거든요. 그만큼 산소 투과도가 명확히 있어야만 냄새와 성능 저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꽤 긴 시간이 걸렸어요.
웰킵스 친환경 마스크는 환경부에서 친환경 종이로 인증을 받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또 산소 투과도도 맞출 수 있는 접점을 찾았습니다.
- 앞으로 확장하고 싶은 사업군이 있으십니까.
‘위생’, ‘건강’, ‘안전’이란 3개 카테고리의 사업 영역을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전문회사로 도약하는 게 비전입니다. 단기간 수백억 원의 이익을 포기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을 철저히 지키려는 노력을 소비자들이 믿어 주셨던 것처럼 웰킵스는 앞으로 국내 시장 마스크 제조업체 1위를 확고히 더 굳히고 전 세계 1등 마스크 제조업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뿐 아니라 해외 생산, 국내 원부자재 생산, 완제품 수출 등을 병행하고 있어요.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아마존에도 직접 수출하고 있는데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에요. 특히 기존 군사 안보, 식량 안보를 넘어 최근에는 감염 안보가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만큼 국내 1등을 넘어 글로벌 1등으로 나아가기 위해 2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회사가 급성장한 만큼 조직문화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최근에 브랜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대기업과 같은 처우를 기대하고 입사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아직은 중소기업입니다. 직원들이 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본사 직원들을 대폭 늘리고 있지만 눈높이가 안 맞는 미스매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복리후생이나 연봉, 성과급 등 제도를 많이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미 몇 백 퍼센트 이상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일은 저를 포함해서 직원들이 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도 ‘대표 영업사원’이라고 말합니다. 함께 일하는 것이죠.
보통 직원들을 채용할 때는 ‘착한 사람’을 뽑습니다. 여기서 착하다는 말은 인성이 좋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야기를 나눠 보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작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2차까지 보고 있습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이익이 있어도 거래선 파트너가 ‘저 회사는, 저 친구는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저 스스로도 좋아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좋은 직원들 사이에 있으면 저절로 좋은 회사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직원들에게 가능하면 자유롭게 일하되 일을 할 때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게 참 어렵죠. 그런데 자유롭지 못한 조직문화는 결국 일을 못하는 조직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리스크가 좀 있더라도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최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바이러스 유행 주기가 더 짧아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감염병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앞으로 웰킵스의 역할도 더욱 기대가 됩니다.
환경은 갈수록 악해지고 인간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메르스, 미세먼지, 돼지 열병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전염병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고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무언가 인간을 지켜줄 수단이 필요한데 그것이 치료제일 수도 있고 백신일 수도 있고 프로텍트 제품일 수도 있겠죠.
그런 점에서 웰킵스는 프로텍트 제품들을 통해 인간의 안전을 지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주력 제품인 마스크 외에도 레벨 D급 방호복, 쿨패치, 핫팩, 제균 클리너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어요. 세계 최초로 물 없이 쓰는 손 세정제를 개발한 미국 퓨렐 제품도 판매하고 있고요.
저희 슬로건이 ‘Stay Well, Always Welkeeps’입니다. ‘당신이 머무는 건강한 삶, 그 곁에 언제나 웰킵스’라는 의미죠. 단기 이익에 급급하기보다는 국민 보건 안녕에 기여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순간의 이익을 탐하는 베짱이 같은 기업이 아닌, 위해한 환경에서 인간을 지키고 보호하는 작지만 강한 회사가 되는 게 경영 비전입니다.
*Box. 박종한 대표의 직함은 ‘대표’ 아닌 ‘대표사원’
박종한 웰킵스 대표는 스스로를 ‘대표사원’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부서장 한 번 못해 보고 나와서 사장이 됐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니다 서른네 살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 흔한 팀장 직함 한 번 달아 보지 못했죠. 한때는 ‘대표님’이라는 말이 참 싫었어요. 저는 사장인데 계속 대표라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대표사원’이라고 얘기하고 다닙니다.”
그는 처음에 직원 2명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부터 사장이라는 자리에 있었으니 어느 순간 지금까지 사장을 너무 오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오랫동안 이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옛날 사장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제 기업도 사회의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격 앞으로! 나를 따르라!’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유통 지도가 바뀌면 저항하기보다 새로운 길을 찾는 것처럼 리더십도 바뀌어야 합니다. 앞으로 웰킵스가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저보다 훌륭하고 능력 있는 리더들이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고객 곁에서 고객의 건강을 돕는 좋은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박종한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앞으로 웰킵스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출처: CHIEF EXECUTIVE
http://www.chiefexe.com/news/ArticleView.asp?listId=MjgwOXx8bGltaXRfZmFsc2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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